사막 땅속의 쓴 뿌리가 관절통을 풀어줄까
관절이나 허리가 아플 때 데빌스클로를 먹으면 진통제 대신 쓸 수 있을까요? 짧게 답하면, 그렇게 단순하게 바꿔 쓸 원료는 아닙니다. 이름은 날카롭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펴봐야 할 부분은 땅속에 숨은 뿌리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가 어떤 종에서 왔고, 어떻게 뽑혔으며, 어떤 통증을 목표로 하는지가 전부 달라집니다.
바로 그 간극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름은 열매의 갈고리, 약용은 뿌리
데빌스클로, 혹은 ‘악마의 발톱’이라는 이름은 열매에서 왔습니다. Kew는 Harpagophytum procumbens를 남부 아프리카 원산의 덩이뿌리를 지닌 다년생 식물로 설명하면서, 통용명이 갈고리 달린 열매에서 유래했다고 정리합니다. 그러나 유럽약물청(EMA)의 monograph가 검토한 약용 원료는 열매가 아닙니다. H. procumbens 또는 H. zeyheri의 덩이진 2차 뿌리가 대상입니다.
여기서 이름 하나가 문제를 흐립니다. 사람들은 ‘악마의 발톱’이라는 날카로운 이미지에 끌리지만, 실제로 통증 완화를 기대하는 부분은 땅속의 뿌리입니다. 이름이 열매에 붙었고, 약용은 뿌리에 있다는 단순한 분리조차 놓치면 제품을 고를 때 혼란이 생깁니다.
EMA가 인정한 것은 어디까지인가
EMA monograph는 이 뿌리와 그 분말, 물 추출물, 에탄올 추출물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원료의 사용 범위를 가벼운 관절통, 복부팽만, 일시적 식욕저하로 보면서, 임상적으로 확립된 효능이 아니라 30년 이상의 경험에 근거한 전통적 사용으로 분류합니다.
바꿔 말하면, 데빌스클로가 관절통을 줄인다는 이야기는 전통적 경험의 영역에 머물러 있고, 현대 의학이 확고하게 입증한 치료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부 연구에서 신호가 보였다고 해도, 그 신호를 전통적 사용이라는 범주 밖으로 끌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연구에서 통증 신호가 보였지만
2015년 Cochrane 요통 검토는 특정 데빌스클로 제제가 위약보다 통증을 줄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근거 질은 중간 이하였고, 어떤 제제가 어느 용량에서 어떤 사람에게 통증을 줄이는지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EMA 역시 임상연구가 비대조·상이한 설계가 많아 확고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봐야 할까요? 연구 결과를 볼 때는 ‘데빌스클로’라는 큰 이름 아래에서 모든 제품이 똑같이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태도가 위험합니다. 특정 추출물에서 나온 결과를 다른 분말이나 다른 종의 뿌리로 옮기는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뿌리차, 분말, 추출물, 표준화 제품은 같은 것이 아니다
뿌리차·분말·물 또는 에탄올 추출물과 하르파고사이드 표준화 제품은 같은 제제가 아닙니다. 같은 식물의 뿌리라도 어떻게 가공했느냐에 따라 성분의 종류와 농도가 달라집니다.
| 구분 | 무엇이 다른가 |
|---|---|
| 갈고리 열매 vs. 2차 뿌리 | 이름의 출처와 실제 약용 부위가 다르다 |
| H. procumbens vs. H. zeyheri | EMA가 함께 다루지만, 같은 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 |
| 뿌리 분말 vs. 특정 표준화 추출물 | 가공법과 하르파고사이드 표시 여부가 다르다 |
| 전통적 가벼운 관절통 사용 vs. 처방 진통·항염 치료 | 기대할 수 있는 범위가 완전히 다르다 |
이 표는 데빌스클로를 고를 때 마주하는 네 가지 혼란을 압축한 것입니다. 제품 라벨에 ‘데빌스클로’만 적혀 있다면,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셈입니다.
처방약과 함께라면 임의 시작은 금물
항응고·항혈소판제, 당뇨약, 혈압·심장약과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제기돼 처방약과 함께 임의로 시작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한 위·십이지장궤양, 담석·담도질환, 심장질환이 있으면 먼저 의료진과 확인하고, 위장 증상이 심해지면 중단합니다.
이 원료가 식물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이미 약을 복용 중이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자연에서 온 원료’라는 이름만 보고 시작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멈춰야 할까
설사·메스꺼움·구토·복통·두통·어지러움과 같은 일반적인 소화·신경계 증상이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발진·두드러기·얼굴 부종 같은 과민반응도 있습니다. EMA의 현실적인 중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관절통이 사용 중 악화되거나 4주를 넘기면 평가받습니다.
- 소화불편이 2주를 넘기면 평가받습니다.
- 얼굴 부종·호흡곤란이나 새로운 마비·배뇨장애는 즉시 평가합니다.
보충제를 먹으면서 통증을 숨기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오히려 본래 문제를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임신·수유·청소년은 안전성 자료가 부족하다
임신·수유와 18세 미만의 약용 안전성 자료가 부족합니다. 이 말은 ‘위험하다’가 아니라 ‘모른다’는 뜻입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복용을 권할 수는 없습니다. 이 그룹이라면 더욱 의료진과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
오늘 확인할 현실적인 기준
데빌스클로를 고르거나 복용하기 전에는 다음 질문부터 확인합니다.
- H. procumbens·H. zeyheri 중 어느 종이며, 뿌리 부위인가?
- 추출법·하르파고사이드 표시·1일량은 무엇인가?
- 통증 부위·기간은 어떻고, 붓고 뜨거운 관절, 외상, 근력저하·감각저하·배뇨장애 같은 경고 신호는 없는가?
- 위궤양·담석·심장질환·당뇨가 있거나 항응고제·진통소염제·당뇨약을 복용하는가?
이 질문들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자, 동시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준입니다.
마지막 판단
악마의 발톱이라는 이름보다 종·뿌리 부위·추출물과 목표 통증을 확인합니다. 4주를 넘는 관절통이나 신경학적 경고 신호를 보충제로 가리지 않으며, 처방 진통제를 임의로 대체하지 않습니다. 데빌스클로는 사막 땅속의 쓴 뿌리에서 온 전통적 원료일 뿐, 모든 관절통과 허리통을 대신 치료해 줄 만능 열매는 아닙니다.
참고문헌
- Kew Plants of the World Online: Harpagophytum procumbens.
- EMA: Harpagophyti radix herbal medicinal product.
- Cochrane review: herbal medicine including devil's claw for low back pain.
- Devil's claw for osteoarthritis: efficacy and safety review.
- Harpagophytum for osteoarthritis and low back pain: systematic review.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웰니스 사전입니다.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복용약이 있거나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진과 상담해 주세요. 섭취 뒤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처럼 급격하고 심한 증상이 나타나면 119 또는 응급실의 도움을 받으세요.
감수 의료진
대표원장 최연승 한의사
2010년부터 진료해 온 대표원장으로, 기능의학·통합의학의 시각과 한의학의 전통적 관점을 함께 놓고 환자 한 분 한 분의 몸을 이해하려 합니다.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현) 백록담한의원 대표원장
- 전) 미올한의원 인천송도점·강남본점 원장 / 돌봄한의원 서초본원 대표원장
이 항목 최종 검토: 2026년 8월 17일